마인드맵 가족심리발달센터부설 강릉아동청소년발달센터
010-8017-5756상담 문의
부부상담

퇴근 후 말이 사라진 부부, 대화는 왜 멈추는가

서주미 센터장수정

퇴근한 남편이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소파에 앉아 폰만 들여다봅니다.아이와도, 아내와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습니다.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아이를 사이에 끼워 분위기를 바꿔보기도 했을 것입니다.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알았어', '이따 할게' 정도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같은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몇 년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남편분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 아니라, 말이 점점 줄어든 것입니다.

폰을 보는 행동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습니다.그 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줄어들게 되는지, 그리고 지금 두 분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남성. 뒤로 주방 선반과 큰 창문이 보인다.

말이 줄어드는 것과 폰을 보는 것의 순서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폰을 보게 된 것이 아닙니다.집 안에서 어떤 대화가 반복되는 동안 말할 자리가 점점 좁아졌고, 그렇게 비어 버린 자리에 폰이 들어와 앉은 것에 가깝습니다.지금 이 설명이 바로 와닿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아래에서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말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오늘 친구가 나만 빼놓고 놀았어'라고 말했다고 해보겠습니다.이때 부모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은 '네가 먼저 같이 놀자고 해보지' 혹은 '그런 친구는 상대하지 말고 다른 친구랑 놀아'입니다.잘못된 말은 아닙니다.아이가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가 몇 번 쌓이면 아이는 말수를 줄입니다.'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어도 '그냥'이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아이가 그 순간 원했던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라 '속상했겠다'는 한마디였는데, 돌아온 것은 지적에 가까운 말이었기 때문입니다.몇 번 반복되면 아이는 '말해도 똑같구나.말 안 하는 게 낫겠다'고 배우게 됩니다.

야외 의자에 앉아 팔에 얼굴을 묻고 있는 파란 티셔츠 차림 소년의 뒷모습. 배경은 흐릿한 수풀이다.

남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오늘 좀 피곤하네'라고 했을 때 돌아간 말이 '그러니까 일찍 좀 자'였거나, '회사에서 힘들었어'에 '그러게 왜 그렇게까지 해'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이 말들도 남편을 미워해서 한 말이 아닙니다.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아이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남편에게도 아이와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이런 일이 몇 년 쌓이면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말을 줄이게 됩니다.말이 줄면 집이 조용해지고, 조용해지면 방으로 들어가게 되며, 방에 들어가면 손에 잡히는 것이 폰입니다.오랫동안 '무뚝뚝하다'고 불러온 모습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빨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남성.

사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이유로 입을 닫았을 수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아내분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나 오늘 진짜 힘들었어'라고 했을 때 남편이 '그럼 일 그만둬'라고 답한 적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고, 그 순간 '이 사람한테 말해봐야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그 뒤로 그런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게 되었다면, 두 사람은 같은 이유로 각자 입을 닫은 셈입니다.

국내에서 부부 157쌍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일이 많을수록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서로에게 덜 지지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다만 아이와 어른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아이는 서운해도 부모를 떠날 수 없어 말수가 줄어도 같은 밥상에 앉지만, 어른은 소리 지르거나 싸우지 않고 그냥 조용해집니다.그 조용함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지금 집이 조용하다면, 작은 상처들이 쌓여서 일수 있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남성과, 뒤돌아 다른 방으로 걸어가는 여성을 그린 일러스트.

작은 마찰이 쌓여 거리가 됩니다

'설거지 좀 해'라고 했을 때 '이따 할게'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삼십 분이 지나도 그대로인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그래서 '맨날 이따래, 내가 안 하면 결국 아무도 안 하잖아'라는 말이 한마디 더 나가고, 그제야 일어나 설거지를 하지만 그릇에는 기름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저녁이 지나면 두 사람에게 문장이 하나씩 남습니다.남편에게는 '해도 뭐라고 하네'가, 아내에게는 '결국 안 해주잖아'가 남습니다.그래서 다음번에는 조금 더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니 조금 더 세게 말하게 되고, 세게 말하니 더 늦게 일어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한쪽이 한 걸음 물러나면 다른 쪽이 한 걸음 다가가고, 다가가면 다시 물러나는 식입니다.

국내에서 부부 78쌍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한쪽이 요구하고 다른 쪽이 물러나는 패턴이 적은 부부일수록 결혼 생활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오 년, 십 년 동안 이 한 걸음이 쌓이면, 지금 두 분 사이가 멀어진 것은 큰 사건 하나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쌓인 결과일 수 있습니다.

분홍색 고무장갑을 낀 두 손으로 흰 그릇을 씻고 있는 모습.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결혼 전후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연애할 때는 안 이랬는데'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남편이 달라진 경우보다, 남편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가본 적 없는 여행지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는 이미 그림이 그려지지만, 막상 가보면 바다는 생각보다 작고 숙소는 낡아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바다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미리 그려둔 그림이, 즉 상상과 이상이 걷힌 것뿐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어 모르는 부분을 스스로 채워 넣게 됩니다.그래서 결혼할 때는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이 반이고, 스스로 그려둔 그림을 사랑한 것이 반입니다.같이 살기 시작하면 그림은 한 장씩 걷히고 진짜 모습이 나옵니다.이것은 남편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원래 모습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림이 걷힌 자리에 남는 것

그림이 걷히고 나면 그 자리에 하나가 남습니다.나만 아는 채점표입니다.'남편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나를 사랑하면 이건 알아서 해야지' 같은 것들입니다.문제는 많은데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이 채점표를 남편은 본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손목시계를 찬 손과 연필을 쥔 손이 표가 그려진 종이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채점은 매일 이루어집니다.쓰레기를 안 버린 날은 감점, 아이 준비물을 안 챙긴 날도 감점, 머리를 잘랐는데 알아채지 못한 날도 감점입니다.채점하는 사람은 혼자이고, 남편은 오늘 시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이런 날이 쌓여 점수가 어느 선 아래로 내려가면, 마음속에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는 문장이 자리 잡게 됩니다.

쓰레기 하나에 그렇게 화가 났던 이유

쓰레기를 안 버린 것은 사실 그저 쓰레기를 안 버린 일입니다.피곤했을 수도,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채점표를 들고 있는 쪽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쓰레기로 남지 않습니다.쓰레기 하나가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바뀝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화가 났던 것이고, 그 마음을 모르는 남편은 '그깟 쓰레기 하나로 왜 그래'라고 말해 오히려 더 화를 키우게 됩니다.

그런데 남편에게도 같은 채점표가 있습니다.'집에 오면 좀 쉬게 해줘야지', '잔소리 대신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는 해줘야지' 같은 것들입니다.이 채점표 역시 서로에게 보여준 적이 없고, 각자 혼자 채점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그러니 점수가 오르기 어렵습니다.

'저는 남편 말 다 들어줬어요' — 그런데 왜 안 통했을까요

이 지점에서 흔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그러니까 남편 채점표를 봐주라는 거잖아요.그건 저도 했어요.'실제로 안 해본 분이 없습니다.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남편이 원한다고 말했던 것을, 말한 그대로 해준 적이 있는지'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좀 쉬고 싶어'라고 말했는데, 아내는 '쉰다고 누워만 있으면 더 처지지' 싶어 주말에 같이 나가자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남편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남편에게 남는 문장은 '쉬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들어줬다' 하나뿐입니다.반대로 아내가 '나 좀 봐줘'라고 했을 때 남편이 케이크를 사 왔다면, 남편 나름대로는 잘해준 것이지만 아내에게 남는 문장은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닌데'입니다.

그래서 서로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저 사람은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이유는 두 사람 다 듣기는 들었는데 각자 자기 방식대로 답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해준 사람에게는 '이만큼 해줬는데'가 남고, 받은 사람에게는 '말했는데 안 해줬는데'가 남습니다.그래서 둘 다 억울하고, 둘 다 진심인데도 사이는 멀어집니다.

부족해서 안 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과 실제로 해준 것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잘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다른 것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두 가지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 남편의 행동에 뜻을 붙이지 않고 '폰을 보고 있다'까지만 보기
  • 남편이 힘든 일을 말할 때 방법 대신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같은 공감을 먼저 건네기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은 행동을 보고 나서 스스로 붙인 해석입니다.관찰과 해석을 구분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공감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아이가 원했던 것이 '속상했겠다' 한마디였던 것처럼, 남편에게도 방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한마디일 수 있습니다.

혼자 해보면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며칠 시도해 보면, 대개 비슷한 지점에서 막히게 됩니다.'행동은 보였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는 지점입니다.폰을 보는 건 알겠는데 왜 보는지 모르겠고, 공감은 했는데 그다음에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두 분끼리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두 분 모두 그 관계 안에 있어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같은 행동이라도 그 뜻은 집마다 다르게 만들어진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부부상담에서 다루는 것

부부상담은 두 사람이 함께 상대방의 행동이 어디서부터, 왜 그런 뜻을 갖게 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는 과정입니다.두 분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작동법을 모르는 채로 몇 년을 지내온 것에 가깝습니다.상담에서는 어디까지가 이해할 부분이고 어디부터는 그러면 안 되는 부분인지 두 분이 함께 선을 그어보게 됩니다.

이 내용이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신체적인 폭력이 있거나 술, 도박 같은 문제로 일상이 무너진 상태라면 오늘 설명한 내용은 해당되지 않습니다.그 경우는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다른 종류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본문에 언급한 연구

강예나·장재홍(2024). 신혼기 부부의 자기침묵과 결혼만족도 관계에서 지각된 배우자 지지의 매개효과: 자기효과와 상대방효과 검증.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6(3), 1197-1219.

박유빈·한그림·정연우·박선웅(2018). 배우자이상화와 결혼만족도: 의사소통 패턴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2(1), 65-81.

자주 묻는 질문

Q. 남편이 폰만 보는 건 정말 아예 관심이 없어서인가요?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화를 시도했을 때 돌아온 반응이 반복되면서 말수가 줄고, 그 자리를 폰이 채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아내도 똑같이 입을 닫고 있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아내 역시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가 '그럼 그만둬' 같은 반응을 받고 나면 그런 이야기를 점점 꺼내지 않게 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이유로 서로에게 말을 줄이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Q. 폭력이나 중독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이 방법이 도움이 되나요?아닙니다. 신체적 폭력이나 술, 도박 등으로 일상이 무너진 상태라면 소통 문제가 아니라 안전 확보가 먼저이므로, 이 글의 내용과는 다른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니 궁금한 점은 상담으로 확인해 주세요.

목록으로

다른 칼럼 보기

마인드맵 가족심리발달센터 언어실 내부. 교구장과 놀이 교구가 놓여 있다.
아동청소년강릉 언어치료, 아이에게 맞는 발달센터를 고르는 4가지 기준2026년 9월 24일